영국은 정말 멋진 여행지입니다. 주로 가게 되는 런던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지역과 남부 해안 지역 등 어디 하나 버릴 곳 없는 멋진 것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은 전형적인 유럽의 도시이지만 다른 유럽과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과 보다 안전한 느낌을 받는 것이 그렇습니다. 다른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다가 런던에 도착하면 특유의 느낌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고풍스런 건물들과 거리를 달리는 붉은색 2층 버스와 공중전화 박스. 하늘을 수놓은 듯한 런던아이 등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정말 장관입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에딘버러에서는 런던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날씨가 흐린날이 워낙 많아서 에딘버러에서 만나는 뾰족한 탑들은 살짝 괴기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튼힐에 올라가서 만나는 에딘버러 도시의 조망을 보면 그만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죠.
더 북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자연이 살아 숨쉬는 하일랜드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정말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대자연이 숨쉬고 있습니다. 끝까지 달리면 북쪽 끝에서 천사의 섬이라는 별칭이 있는 스카이섬에 당도하게 됩니다. 마치 섬 전체가 비행을 하는 듯 느껴지는 섬입니다. 하늘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지고 대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국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여행이라고 하면 바로 공연입니다. 런던 거리를 걸으면 다양한 공연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보여지는 포스터나 간판이 그것이고, 각종 전용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는 불후의 명작들이 그것입니다. 레미제라블, 위키드, 오페라의유령, 라이온킹 등은 수식어가 필요없는 명품 뮤지컬입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였지만 런던에 도착했다는 것은 소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호스텔의 도미토리나 적당한 한인민박 신세를 집니다. 그외의 숙소는 최소 1박에 15만원 이상하는 런던의 물가입니다. 런던은 그런 의미에서 여행자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지옥이기도 합니다. 여행물가가 세계도시 1위를 찍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비싼 런던입니다. 배낭여행자는 며칠만 머물러도 비용 세이브는 요원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각오를 하고 방문을 했고 과감하게 런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아끼고 아꼈던 돈을 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포인트가 없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비싼 뮤지컬이라도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런던여행에서의 매력이었습니다.
데이티켓이란 제도가 있는 런던.
아침 일찍 공연시간과 상관없이 티켓오피스가 오픈할 때 줄을 서면 저렴한 가격에 비는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2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어서 저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단비와 같은 제도지요.
문제는 데이티켓은 당일 공연티켓만 가능하기 때문에 유명 공연은 이미 다 매진되었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해당 공연은 포기를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매일 공연이 이어지기 때문에 완전매진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할인되는 폭을 생각해보면 해봄직한 도전이죠. 따라서 데이티켓을 노린다면 일정을 빠듯하게 잡지 말고 미스가 날 것을 고려해서 일정을 짜는 게 필요합니다.
제가 노렸던 공연은 위키드였습니다. 이전에 런던을 방문했을 때 라이온킹은 관람했기 때문에 런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 보고 싶었던 2순위 공연인 위키드를 노리게 된 것이죠. 위키드는 위키드 전용관이 따로 있습니다. 1년 내내 위키드라는 뮤지컬만 매일 공연되는 장소입니다.
아침 일찍 홀로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역 근처에 있는 위키드 전용관까지 갔습니다. 결과는?
제가 1등으로 도착했습니다. 3월의 일교차가 있는 비교적 추운 계절이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 게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박스오피스 오픈시간은 오전 10시였고, 제가 도착한 시간은 8시 ㅋ 무려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독특한 점은 데이티켓을 위해 아침 일찍 대기를 하러 온 사람들의 80%가 한국인이었단 점입니다.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1등으로 왔으니 오픈과 함께 티켓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피스 직원은 묻지도 않고 1열 정중앙석을 줍니다. 대략 8~10명 정도는 1열 자리를 받을 수 있고, 그 다음은 맨 뒷줄 같은 좋지 않은 자리를 받습니다. 1열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맨 뒷자리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 관람했을 때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위키드 공연 데이티켓 가격은 1인 30파운드. 우리돈으로 치면 45,000원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이 금액에 배우들의 표정 하나 하나 만날 수 있는 1열 자리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지요.
물론 2시간의 대기 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7시에 숙소에서 눈을 떠서 대충 정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나왔기 때문에 평소 여행 때 기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나온 거죠. 그리고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날이 따뜻한 시즌에는 데이티켓 경쟁이 더 치열할 것 같네요.
덕분에 꿈에 그리던 런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를 보게 됐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악역인 녹색마녀의 다른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들어낸 위키드. 워낙 유명한 뮤지컬이고 공연 중 불려지는 노래들도 다 유명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은 'Defying Gravity'라는 곡이 있죠. 국내 공연에서 옥주현, 차지연 같은 분들이 열창을 해서 유명하고 TV에 나와서도 자주 불러서 익숙한 곳입니다.
녹색마녀 엘파바를 맡은 배우가 워낙 노래를 잘 불러서 정말 빠져들어서 공연을 봤습니다. 고생도 했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로서 쉽지 않은 공연을 맡아서 관람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